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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돌아가는 냉장고 하나 처분하는 게 이렇게나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

admin 2026-06-26
멀쩡히 돌아가는 냉장고 하나 처분하는 게 이렇게나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3층에서 냉장고를 치워야 했던 상황

삼촌이 오랫동안 살던 원룸을 정리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집 안에 남은 가전제품들을 정리하는 일을 내가 맡게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애를 먹였던 게 바로 냉장고였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200리터 조금 넘는 일반형 모델이었는데, 겉보기엔 멀쩡하고 냉동실에 얼음도 짱짱하게 잘 얼어서 그냥 대충 팔거나 치우면 끝날 줄 않았다. 하지만 막상 치우려고 보니 빌라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이라는 점이 복병이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다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이삿짐 센터를 크게 부르는 상황도 아니고, 딱 이 냉장고 하나랑 자잘한 콘솔정리 정도만 하면 되는 상태라 인부를 따로 부르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많았다. 냉장고 뒤편에 쌓인 뽀얀 먼지를 닦아내며 이걸 어떻게 아래로 내릴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스트레스의 시작이었다.

무료 수거라는 감언이설과 까다로운 조건들

인터넷 검색창에 냉장고무료수거를 쳐보니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상 수거 서비스가 가장 먼저 떴다. 수거 비용을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바로 신청 페이지에 접속했다. 전화를 걸어 대기 시간만 10분 넘게 송수신음을 들은 끝에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는데,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우리처럼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3층일 경우, 가전을 집 밖이나 1층 도로변까지 직접 꺼내놓아야 수거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사들이 집 안까지 들어가서 좁은 계단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내려오다가 다치거나 벽지를 훼손하는 사고가 잦아 생긴 규정이라고 했다. 결국 나 혼자서 그 무거운 쇠뭉치를 3층에서 들고 내려와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럴 힘이 있었다면 애초에 고민도 안 했을 것이다. 사다리차를 부르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아 결국 무료 수거는 포기하기로 했다.

온라인 직거래로 직접 팔아보려다 포기한 이유

어차피 작동은 잘되는 물건이니 당근마켓 같은 중고나라 앱에 중고냉장고판매 글을 올려서 임자를 찾아보기로 했다. 비슷한 연식의 제품들이 대략 7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에 거래되는 걸 확인하고, 얼른 치우고 싶은 마음에 5만 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올렸다. 글을 올린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채팅 메시지가 여러 통 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구매 희망자들의 요구 조건이 가관이었다. 대다수가 중고냉장고직거래의 기본인 직접 수거를 꺼려했다. “3층인데 같이 내려주실 수 있나요?”, “차가 없는데 용달 비용을 빼주시면 안 되나요?” 같은 문의가 줄을 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기가 트럭을 가져갈 테니 1층에 내려놓아 주면 2만 원에 바로 가져가겠다는 억지스러운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조율하다가 시간만 가고 스트레스만 쌓여서 결국 직거래로 파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가구처분이나 중고컴퓨터판매 글들도 둘러봤는데 다들 비슷한 실랑이를 하고 있는 듯했다.

부전동 중고 가전 매장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물어본 가격

결국 발품을 팔아 오프라인 중고품 취급 업체를 알아보기로 했다. 삼촌 집이 부산 부전역 부근이었는데, 예전에 그 근처를 지나다니며 가전제품중고매장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본 기억이 났다. 주말 오후에 부전역 2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냄새와 함께 세탁기, 에어컨, 중고 기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 매장에 들어가 사장님에게 휴대폰으로 찍은 냉장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장님은 돋보기를 쓰며 연식부터 확인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요즘은 이런 소형 냉장고 매입을 잘 안 하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없는 3층이면 사람 인건비가 더 나와서 남는 게 없다는 식이었다. 다른 가게 두세 곳을 더 돌았지만 반응은 비슷했다. 물건 값보다 수거해 가는 노동력이 더 비싸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결국 트럭을 불러 실어 보내고 남은 찝찝한 계산서

네 번째로 들어간 가게에서 겨우 타협점을 찾았다. 가게 주인아저씨는 원래 매입 가격으로 8만 원을 책정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다리차를 쓰지 않고 두 사람이 직접 계단으로 들고 내려와야 하니, 인건비와 용달 차량 비용으로 5만 원을 공제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내 손에 쥐어지는 돈은 고작 3만 원이었다. 며칠 동안 이 냉장고 하나 때문에 가전중고매입 업체를 검색하고 끙끙 앓았던 걸 생각하면 허탈한 액수였지만, 더 이상 집을 비워두고 시간만 끌 순 없어서 그러자고 계약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거구의 기사 두 분이 오셔서 벽에 쿵쾅거리며 냉장고를 실어 날랐다. 빈자리에 남겨진 먼지 자국을 보며 쓸쓸하게 3만 원을 주머니에 넣었다. 돈을 벌기는커녕 시간과 감정만 소모한 기분이라, 차라리 그냥 처음부터 돈을 좀 주더라도 가구처분 전문 업체를 불러 일괄로 해결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아직도 짙게 남는다.

댓글1

  •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에서 3층까지 냉장고를 옮기는 게 정말 힘들었겠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번거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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