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좁은 자취방에 벽걸이 에어컨 하나 들이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admin 2026-06-22
좁은 자취방에 벽걸이 에어컨 하나 들이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처음엔 당근으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신림동으로 이사 온 지 딱 3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짐을 최소화해서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여름이 다가오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특히 올해는 유독 더울 거라는 뉴스 때문에 마음이 계속 조급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네 당근마켓만 며칠 내내 들여다봤다. 사실 신림동이 나눔도 많고 거래도 활발한 동네라길래, 괜찮은 중고 벽걸이 에어컨 하나쯤은 금방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막상 올라오는 매물들은 상태가 복불복이 너무 심했다. 어떤 건 5년도 더 된 거 같은데 15만 원을 부르고, 어떤 건 아예 철거조차 안 되어 있어서 내가 직접 업체를 불러서 떼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삿짐 정리하는 것도 벅찬데 에어컨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결국 포기했다.

재활용센터를 돌아다녀 봐도 답이 안 나왔다

결국 집 근처에 있는 재활용센터 몇 군데를 직접 발품 팔아 돌아다녀 봤다. 생각보다 가격대가 꽤 높았다. 20만 원 중후반대는 기본이고, 설치비까지 따로 받으니까 사실상 새 제품이랑 큰 차이가 없었다. 상담해주시는 사장님들은 다들 친절하셨지만, 물건들이 다 너무 투박하게 생겼거나 혹은 너무 오래된 모델들이라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영등포나 화곡동 쪽까지 나가서 발품을 팔아봐도 다들 비슷비슷한 연식의 제품들만 보여주셨다. 안양이나 부천 쪽 매장까지 가볼까 하다가, 에어컨은 나중에 고장 나면 수리가 더 문제라는 지인 말이 떠올라서 덜컥 사기가 겁이 났다. 그냥 비싼 돈 주고 새 거 살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낡은 실외기 소음과 설치 문제의 딜레마

이게 에어컨이라는 게 단순히 기기만 사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설치 기사님 일정을 맞추는 게 진짜 큰일이다. 내가 원하는 날짜에 오시는 분들은 거의 없었고, 보통은 일주일 뒤나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 사이 날씨는 계속 더워지고, 집은 점점 찜통이 되어가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천이나 김포 쪽에 있는 규모 큰 중고가전 매장들은 배송이랑 설치를 한꺼번에 해준다고는 하는데, 서울 관악구까지 배송비가 생각보다 많이 붙어서 그것도 고민이었다. 에어컨 본체 값보다 설치비랑 배송비 합친 게 더 나오겠다 싶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결국은 적당히 타협하고 구매를 결정했다

고민 끝에 그냥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서 적당한 가격대인 22만 원 정도에 설치비 포함 모델을 골랐다. 사실 이게 깨끗하게 세척이 된 건지 눈으로 봐서는 알 길이 없어서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설치 기사님이 오셔서 작업을 하시는데, 실외기 위치 잡는 것부터 벽 뚫는 것까지 2시간은 족히 걸리더라. 작업하시는 거 옆에서 지켜보는데 먼지 풀풀 날리고 소음이 심해서 괜히 이웃들한테 미안해졌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벽에 뚫린 구멍도 생각보다 너무 크고 엉성해서 마음이 조금 안 좋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설치는 끝났고 이제 시원한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일단은 그냥 쓰기로 했다.

여전히 남는 찝찝함과 미래의 걱정

지금 당장은 시원하게 잘 쓰고 있긴 한데, 가끔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덜덜거릴 때면 ‘아, 좀 더 신중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전기세도 얼마나 나올지 감이 잘 안 잡히고, 나중에 이사 갈 때 이거 다시 떼어가는 비용은 또 얼마나 들지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중고가전이라는 게 어쨌든 누군가 쓰던 거라 연식에 따른 잔고장이 없을 순 없을 텐데, 여름 끝날 때까지 아무 탈 없이 버텨주기만 바랄 뿐이다. 어쩌면 무리해서라도 처음부터 새 제품을 알아봤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선풍기 두 대로 버틸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 고민들을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댓글1

  • 벽에 구멍 뚫는 게 그렇게 신경 쓰이셨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다음부터는 벽에 손대지 말라고 조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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