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결국 집에 들인 필로덴드론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이유

admin 2026-06-18
결국 집에 들인 필로덴드론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이유

동네 꽃집에서 충동적으로 데려온 초록이들

지난달이었나, 동네를 지나가다가 평소에 눈여겨보던 작은 꽃집 앞에 놓인 필로덴드론 화분들을 보고 말았다. 사실 나는 집에 식물을 들이면 늘 죽이는 똥손 중의 똥손이라 식물 기르기는 진작에 포기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잎이 크고 반질반질한 게 너무 예뻐 보여서 홀린 듯이 들어갔다. 사장님께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물도 자주 안 줘도 되는 걸로 주세요’라고 아주 당당하게 요구했다. 가격은 대략 3만 5천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화분 하나에 그 정도면 적당한가 싶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한 달 뒤면 저 화분들이 어떻게 될지 벌써 걱정이 앞섰다.

잎 닦아주기가 이렇게 귀찮은 일이었나

집에 데려오니 처음 며칠은 그럴듯했다.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우리 집 거실 귀퉁이에도 초록색이 생기니까 제법 플랜테리어 느낌이 났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유튜브에서 식물 기르기 영상을 찾아보니 잎에 먼지가 쌓이면 광합성을 잘 못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정성껏 물티슈로 잎을 닦아줬는데, 이게 은근히 일이다. 잎이 넓어서 한 장씩 닦다 보면 손목도 아프고, 이게 도대체 식물을 기르는 건지 식물한테 봉사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식물 영양제까지 따로 챙겨줘야 한다니, 식물을 기르는 게 아니라 마치 반려동물을 하나 더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조리개는 거추장스러워서 그냥 컵으로 대충 줬는데, 가끔 물을 너무 많이 준 건 아닌지 불안해서 밤잠을 설칠 때도 있다.

수경재배기와 화분의 미묘한 차이

사실 흙이 묻는 게 싫어서 수경재배기를 살까 고민도 했었다. 친구는 수경재배기가 훨씬 편하다고 했는데, 이미 흙이 담긴 화분을 사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친구네 집에는 화단 꾸미기라고 해서 베란다 쪽에 식물을 아주 멋지게 배치해뒀던데, 우리 집은 그냥 화분 2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아무리 봐도 내 식물은 친구네처럼 생기 있게 자라지 않는 것 같아서, 가끔 식물 영양제를 한 방울 더 뿌려줄까 고민하다가도 ‘혹시 과영양으로 죽는 거 아냐?’ 싶어서 관두곤 한다. 가끔은 정말 잘 자라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건지 겉모습만 봐서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 초록색 일상

벌써 세 번째 잎이 누렇게 변했다. 사장님은 통풍이 중요하다며 창문을 자주 열어두라고 하셨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 창문을 계속 열어두면 거실에 먼지가 다 들어오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식물 기르기는 누가 쉽다고 했을까. 사주를 볼 때 목 기운이 부족하다고 식물을 곁에 두라던 말이 생각나서 시작한 건데, 목 기운이 들어오기는커녕 내 스트레스 지수만 올라가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하길래 물이 부족한가 싶어 물을 듬뿍 줬는데, 다음 날 보니 흙이 너무 축축해서 곰팡이가 피는 건 아닐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냥 플라워백 같은 걸 사서 꽃꽂이나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앞으로 계속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화분을 볼 때마다 약간의 부채감이 든다. 오늘은 잎을 닦아줘야지, 오늘은 물을 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숙제처럼 느껴진다. 식물은 조용히 자란다는데, 내 필로덴드론은 왜 자꾸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분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밝은 곳으로 옮겨볼 생각인데, 그곳이 식물에게 좋은 장소일지 아니면 그저 내 마음의 위안일 뿐일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남들은 예쁘게 잘만 키우던데, 나만 이렇게 끙끙거리는 것 같아서 괜히 식물에게 미안한 마음만 남는다. 어쩌면 식물도 주인을 잘못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