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화성에서 파주까지 이사 짐 옮기다 지쳐버린 기록

admin 2026-08-25
화성에서 파주까지 이사 짐 옮기다 지쳐버린 기록

정든 화성을 떠나 파주로 향하던 날

지난주에 화성에서 파주로 이사를 했다. 사실 거리가 가까운 것도 아닌데, 굳이 용달 이사를 선택한 건 순전히 비용 문제 때문이었다. 4도어 냉장고랑 김치냉장고, 그리고 텔레비전까지 덩치가 큰 가전들이 있어서 걱정이 많았다. 옷이랑 주방용품은 박스로 치니까 20박스가 넘어가더라. 처음에는 포장이사를 알아봤는데 견적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달 생활비가 날아가는 수준이라 결국 ‘반포장’이라는 타협점을 찾았다. 짐을 내가 직접 싸고, 옮기는 것만 기사님 도움을 받기로 한 거다. 24만 원이라는 가격은 매력적이었지만, 막상 짐을 싸기 시작하니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주방용품의 굴레

짐 싸기의 가장 큰 적은 역시 주방이었다. 별로 산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싱크대 하부장을 열어보니 냄비랑 그릇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예전에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근처에서 세일할 때 샀던 밀폐용기 세트가 무게의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았다. 락앤락이나 실리만 같은 브랜드 제품들이 섞여 있었는데, 이걸 하나하나 신문지에 싸서 박스에 넣는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인천 중고 주방 매장에 갔을 때 봤던 그 산더미 같은 물건들이 떠올랐다. 나도 지금 당장 식당 폐업하는 사람처럼 짐을 줄여야 하나 싶었지만, 결국 다 챙겨 넣었다. 수원이나 청주 쪽 중고 주방용품 가게들을 검색해 보면서 ‘이걸 다 파는 게 낫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용달차 앞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무게

이사 당일 새벽, 용달 기사님이 오셨는데 내 짐을 보더니 표정이 조금 굳으셨다. 4도어 냉장고는 무게가 상당해서 혼자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기사님 도움을 받는 조건이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보태야 할 힘이 꽤 많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냉장고를 차에 싣는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더라. 김치냉장고까지 실으니 1톤 트럭 공간이 꽉 찼다. 차에 싣고 보니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싶었다. 중간중간 가전제품이 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고정 줄을 감느라 진이 다 빠졌다. 차라리 다 처분하고 파주 가서 새로 살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파주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생각보다 좁다

파주에 도착해서 짐을 풀 때가 진짜 고비였다. 새로 구한 방은 16.5㎡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었다. 화성에서 가져온 짐을 다 넣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역시나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주방용품 박스를 풀어놓으니 방의 절반이 찼다. 냉장고 자리도 애매해서 한참을 낑낑거리며 옮겨야 했다. 예전에 어디서 들었던 ‘필요한 물건만 갖추고 살라’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주변에는 파주 주방용품을 파는 곳들이 꽤 보였지만, 지금 당장은 뭘 더 살 엄두가 안 난다. 그저 짐들을 적당히 구석에 몰아넣고, 일단은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과 여전히 남은 짐들

이사 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박스가 세 개나 남아있다. 그 안에는 언젠가 쓰겠지 싶어서 챙겨온 주방 소품들이 들어있다. 사실 지금 상태로는 그냥 당근마켓에 다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파주 아울렛이나 주변 매장들을 둘러보며 기분을 전환해 보려 해도, 아직 짐 정리가 안 끝나서 마음이 편치 않다. 가끔 청주나 김해 쪽 중고가전 시세를 검색해 보는데, 그냥 다 팔아버리고 새로 시작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이사라는 게 몸만 옮기는 게 아니라, 이렇게 골치 아픈 물건들까지 다 짊어지고 오는 일이라는 걸 왜 미리 몰랐을까. 내일은 저 박스들을 열어볼까 싶지만, 아마 또 내일의 나에게 미루게 될 것 같다. 주말에는 그냥 파주 시내라도 한 바퀴 돌면서 머리를 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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