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는 갑자기 필을 받아서 이천까지 다녀왔다. 평소라면 인터넷으로 적당히 2인 식기 세트를 검색해서 대충 깔끔해 보이는 걸로 골랐을 텐데, 이번에는 왜 그랬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집에 있는 접시들이 하나둘 깨지기도 했고, 이사 오면서 짝이 안 맞는 것들이 많아져서 신경이 쓰이던 차였다. 친구가 이천 쪽에 가면 도자기 공장이나 직판장이 많아서 예쁜 걸 싸게 구할 수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무작정 차를 몰고 나섰다. 평일도 아니고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꽤 막혔는데, 이천에 도착하니 이미 정오가 훌쩍 지나 있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던 도자기 마을의 풍경
처음에는 무슨 공장형 창고 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꾸며진 매장들이 많아서 조금 당황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왜 나는 공장이라고 하면 먼지 날리는 기계들만 생각했을까. 몇 군데 돌아보다 보니 다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주차해둔 곳에서 너무 멀리까지 걸어 들어온 것 같아 다시 돌아갈 일이 막막했다. 매장마다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세트로 10만 원이 훌쩍 넘는데, 바로 옆 가게는 낱개로 몇천 원이면 살 수 있어서 기준이 없으니 더 고르기가 힘들었다. 폴란드 그릇 스타일처럼 화려한 것들도 있었는데, 막상 우리 집 식탁이랑은 잘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밥그릇과 접시를 고르면서 든 생각들
한참을 뒤지다가 결국 가장 심플한 흰색 무광 도자기 세트를 골랐다. 2인 식기 세트 구성으로 밥그릇 두 개, 국그릇 두 개, 그리고 중간 사이즈 접시 네 개 정도를 집었는데 대략 8만 원 정도 줬던 것 같다. 비싼 건지 싼 건지 감도 안 왔다. 그냥 직접 골랐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여기서 밥 먹으면 그래도 기분은 좀 나겠다 싶어서 샀는데, 들고 다닐 때 행여나 깨질까 봐 뽁뽁이를 엄청나게 감느라 진땀을 뺐다. 집에 와서 보니 이걸 다 씻어서 정리하는 게 또 일이었다. 그릇을 제자리에 넣고 나니 그제야 내가 오늘 하루를 통째로 쏟아부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예상치 못한 불편함과 정리에 대한 고민
사실 이전에 쓰던 싼 그릇들은 그냥 막 썼는데, 새로 산 건 아무래도 도자기라 그런지 무게감이 좀 있어서 설거지할 때마다 살짝 긴장하게 된다. 무거운 식기가 좋다고는 하는데, 막상 매일 써보니 손목이 좀 뻐근할 때도 있다. 이게 참 아이러니하다. 예쁜 걸 사고 싶어서 직접 가서 발품까지 팔았는데, 결국은 실사용에서의 편의성을 더 따지게 되는 내 모습이 좀 웃기기도 하고. 이천까지 갔던 시간과 기름값을 생각하면 인터넷으로 산 것보다 훨씬 비싸게 산 셈인데, 왜 그때는 그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여전히 남는 약간의 아쉬움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동네 마트에서 적당히 샀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주말에 바람 쐬러 나갔던 기분은 좋았으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막상 밥을 차려보니 내가 고른 그릇과 우리 집 수저 세트가 묘하게 색감이 안 맞는다. 조명 탓인가 싶어서 이리저리 옮겨봐도 영 어색하다. 다음에는 식기뿐만 아니라 커스텀 컵이나 다른 소품들도 좀 더 꼼꼼히 보고 맞춰서 사야 하나, 아니면 그냥 지금 있는 대로 적당히 살아야 하나. 정리하다 보니 벌써 밤이 깊었다. 그릇은 그냥 그릇일 뿐인데 왜 이렇게 사도 사도 끝이 없는지 잘 모르겠다.
새로 산 도자기가 너무 무겁네요. 설거지할 때마다 손목이 아플까 봐 걱정돼요.
답글
사진에서 보니 식탁 세팅이 굉장히 아늑해 보이네요. 저는 비슷한 경험 때문에 보통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있어요.
답글
이천까지 가는 건 정말 큰일이었네요. 제가 생각해보니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본 적 있는데, 예상보다 교통 체증 때문에 너무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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