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아무 소리도 안 들렸던 라셀르 냉동고
아침에 출근해서 가게 문을 열 때면 습관적으로 냉장고와 냉동고가 돌아가는 소리를 확인한다. 특유의 ‘웅’ 하는 낮은 진동음이 주방 전체를 감싸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데, 어제는 유독 가게 안이 적막했다. 주방 안쪽을 슥 둘러보니 익숙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라셀르 냉동고가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다. 처음에는 ‘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하지?’ 싶어서 기분 좋게 생각했는데, 문을 열어보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냉동실 내부의 냉기가 평소와 다르게 미지근했다. 얼음이 든 봉지들이 눅눅하게 녹아내리고 있었고, 고기 재료들도 살짝 풀려있었다.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퇴근할 때 뭔가 잘못 건드린 건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콤프레셔와 팬이 동시에 멈추면 생기는 일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라셀르 제품은 콤프레셔와 팬이 세트로 작동한다고 했다. 하나가 고장 나면 다른 쪽도 영향을 받거나, 아예 전체가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주방용품 업자한테 들은 기억이 났다. 문을 열어봐도 냉각팬이 돌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손을 대봐도 바람 한 점 안 느껴졌다.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은 족히 줬던 것 같은데, 벌써 수명이 다한 건지 아니면 어디 선이라도 끊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중고로 살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새것을 샀던 건데, 이럴 때마다 참 야속하다. 예전에 카페쇼 구경 갔을 때만 해도 디자인도 깔끔하고 내구성이 좋아 보여서 믿고 산 건데, 막상 이렇게 아무 반응이 없으니 황당할 뿐이다.
무작정 전원 코드를 뽑고 기다려본 시간
너무 당황해서 일단 코드를 뽑았다가 다시 꽂아봤다. 5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꽂으니 콤프레셔가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억지로 돌아가려는 듯한 진동을 한 번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분도 안 되어 다시 멈춰버렸다. 이게 과부하 때문인지, 아니면 내부 모터가 완전히 나간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변에 아는 사장님께 전화했더니, 본사 AS 부르기 전에 우선 먼지부터 털어보라고 하시더라. 뒤판을 열어보니 먼지가 정말 빽빽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이걸 진작에 청소했어야 했는데, 영업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냉장고 뒤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게 화근이었나 싶다.
수리 기사님 오시기 전까지의 불안함
결국 AS를 신청했다. 기사님이 오시기까지 이틀은 걸린다고 하니, 당장 오늘 들어온 식재료들이 문제다. 급한 대로 근처 식당 사장님께 부탁해서 냉동고 한 칸만 빌리기로 했다. 짐을 옮기는데 무게도 상당하고, 냉동고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버려야 할 재료들이 꽤 많았다. 억지로 얼렸다가 녹은 것들은 다시 얼려도 맛이 떨어지니까. 30분 정도 걸려 옮기면서 참 별생각이 다 들었다. 다음에는 애초에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시라도 고장 날 것에 대비해 여분의 온장고나 쇼케이스 냉장고라도 제대로 살펴봐야 하나 싶었다. 업소용 제빙기 렌탈할 때 냉장고 점검도 같이 문의해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고.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과 남겨진 숙제
냉동고는 결국 내일 오후에나 기사님이 오시기로 했다. 텅 빈 냉동고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참 허전하다. 단순히 기계가 고장 난 것뿐인데, 가게 전체가 멈춰버린 기분이다. 혹시 기사님이 와서 수리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면 어떡하지? 아니면 부품이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확실한 건, 이번 일이 다 해결되고 나면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주방 가전들 뒷면 먼지를 털어내야겠다는 다짐이다. 이게 당연한 건데 왜 그동안 몰랐을까. 오늘도 가게는 여전히 조용하다. 냉동고가 원래 내던 그 낮은 웅웅거림이 새삼스럽게 그리워지는 밤이다.
아, 눅눅해진 얼음 봉지들 보니까 제가 얼마 전에 샀던 아이스크림도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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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고 안에 버려야 할 재료들이 많다는 게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식재료를 새로 사면서 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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