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을 운영하거나 혹은 집에서 대량으로 음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주방 도구는 정말이지 예산과 내구성 사이에서 매번 타협해야 하는 골칫덩어리다. 특히 업소용 국자 같은 경우, 단순히 액체를 뜨는 도구가 아니라 생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나도 예전에 작은 식당 운영을 준비하면서 황학동 시장을 몇 번이나 뒤졌는지 모른다. 그때 중고 주방용품 매장에 쌓여있던 수천 개의 국자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누군가는 이 국자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겠지만, 또 누군가는 이걸 두고 폐업을 결정했겠구나’ 하는 씁쓸함이었다.
주방 도구 세트를 맞출 때 많은 이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것을 고르거나, 반대로 너무 비싸고 화려한 조리도구 세트에 눈이 먼다는 점이다. 사실 업소용 환경에서는 2~3만 원짜리 스테인리스 국자가 수백만 원짜리 설비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내가 처음 샀던 5,000원짜리 저가형 국자는 콩국수 앙금을 젓다가 손잡이와 머리 부분이 분리되는 바람에 냄비 속에 국자가 통째로 빠져버렸다. 결국 다시 2만 원대 일체형 국자로 바꿨는데, 진작 이걸 살 걸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 비싼 도구가 정답인 건 아니다. 가벼운 국자를 선호하는 직원은 무거운 일체형을 질색하기도 한다. 결국 주방 환경과 요리사의 손목 상태, 그리고 예산이라는 세 가지 축을 놓고 끊임없이 저울질해야 한다.
실리콘 주방도구나 나무 주걱도 마찬가지다. 코팅 프라이팬을 쓴다면 당연히 실리콘이나 나무를 써야 하지만, 업소용 가스레인지의 강한 화력 앞에선 실리콘 끝이 금방 녹거나 나무가 갈라지기 일쑤다. 나도 처음엔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실리콘이 최고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2시간 동안 볶음 요리를 해보니 실리콘 주걱은 내구성이 너무 약했다. 결국 다시 스테인리스로 돌아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정답이었는지 아직도 확신이 서질 않는다. 오히려 조리 과정에서 미세한 상처가 나는 게 더 위생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매일 아침 든다.
이런 고민은 비단 국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튀김 젓가락 하나, 뒤집개 하나를 고를 때도 손에 익은 것과 성능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어떤 날은 비싼 조리도구가 짐처럼 느껴지고, 어떤 날은 싼 도구가 주방의 템포를 다 망쳐놓는다. 굳이 큰돈을 들여서 주방 도구를 전부 교체하기보다는, 일단은 며칠 동안 사용해보며 어떤 도구가 내 손목에 부담을 주는지, 어떤 도구가 화구 근처에서 열 변형을 일으키는지 꼼꼼히 기록해보는 게 좋다. 사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량 구매를 해버리는 게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실패하는 지점이다.
이 글은 지금 당장 주방 도구를 사야겠다고 결심한 분들에게는 조금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급하게 물건을 들이고 나서 나중에 처치 곤란한 재고로 쌓아두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다. 주방 도구라는 게 사실 정답이 없어서, 내가 추천하는 최선의 방법은 ‘가장 자주 쓰는 메인 도구만 좋은 것으로 사고, 나머지는 저렴한 것을 사서 닳으면 바로 교체한다’는 전략이다. 이게 무조건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최소한 폐업을 고민하며 중고 주방 시장을 기웃거리는 일은 조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내 주방의 효율을 따져보고 싶은 1인 식당 운영자나 대량 요리를 즐기는 가정주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최고급 도구가 최고의 맛을 낸다’고 믿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현재 주방에서 가장 많이 부러지고, 변색되고, 혹은 손목을 아프게 하는 도구가 무엇인지 딱 3일간만 적어보는 것이다. 결국 도구는 사람 손을 닮아가는 것이지, 도구가 사람을 바꿔주지는 않으니까.
콩국수 할 때 국자 때문에 정말 골치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튼튼한 국자 하나 사서 이런 문제 해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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