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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한구석을 차지해버린 키친아트 에어프라이어에 대하여

admin 2026-05-25
부엌 한구석을 차지해버린 키친아트 에어프라이어에 대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던 날

처음 에어프라이어를 들일 때만 해도 요리가 획기적으로 바뀔 줄 알았다. 그때는 다들 에어프라이어 하나면 냉동식품이 환골탈태한다고 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키친아트 에어프라이어를 샀다. 가격은 6만 원대였나, 7만 원 언저리였던 것 같다. 가성비 제품으로 유명한 기펠 에어프라이어랑 잠시 고민을 하긴 했는데, 그냥 적당히 이름 들어본 브랜드인 키친아트가 낫지 싶어 결제했다. 박스를 뜯었을 때의 그 매끈한 플라스틱 냄새와 반짝이는 바스켓을 보면서, 오늘 저녁은 무조건 치킨이다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막상 설치하고 나니 싱크대 위가 생각보다 좁아져서 좀 당황했다. 이게 생각보다 덩치가 컸다. 그래도 예쁘니까 다 용서되는 줄 알았다.

생각보다 씻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첫날엔 신나서 냉동 만두랑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확실히 기름에 튀기는 것보다 담백하고 바삭하긴 하더라.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 먹고 난 뒤 바스켓을 닦으려고 보니까, 그 눌어붙은 기름기랑 부스러기들이 구석구석 박혀 있었다. 코팅된 바스켓은 수세미로 세게 닦으면 안 된다는데, 그렇다고 살살 문지르면 기름때가 안 나간다. 뜨거운 물에 불려놓고 나면 이미 설거지 의욕은 사라진 뒤다. 요즘 나오는 올스텐 에어프라이어는 낫다던데, 내 건 코팅 바스켓이라 쓸 때마다 스트레스다. 가끔은 ‘그냥 전자레인지 돌릴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특히 기름기 많은 삼겹살이라도 한 번 돌리면, 기기 내부 열선 쪽까지 기름이 튀어서 닦기가 정말 난감하다. 면봉으로 열선 사이를 닦다가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덩치는 큰데 용량은 아쉬운 마법

분명 대용량이라고 해서 샀는데, 막상 4인 가족이 먹을 분량을 넣으려니 턱없이 부족하다. 치킨 한 마리를 넣으면 꽉 차서 뒤집어주기도 힘들다. 겹쳐서 넣으면 위쪽만 타고 아래쪽은 눅눅해진다. 차라리 큰 오븐형 에어프라이어를 살 걸 그랬나 싶다가도, 부엌에 자리가 없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친구가 캠핑용 에어프라이어라고 작은 걸 샀다길래 ‘그걸로 뭐가 되겠어?’ 했는데, 오히려 작은 게 닦기도 편하고 자리도 안 차지해서 부러울 때가 있다. 나는 매번 꽉 채워 돌리느라 소음도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기기 돌아가는 소리가 거실까지 들리면 괜히 전기세 걱정도 된다. 실제로 2000w 넘는 제품 쓰다가 차단기 내려갔다는 후기를 어디서 본 적이 있어서 더 조마조마하다.

튀김 요리의 딜레마

주말에 아이들이 감자튀김을 해달라고 해서 키친아트 에어프라이어를 다시 꺼냈다. 미리 예열을 좀 해야 바삭한데, 깜빡하고 그냥 돌렸더니 눅눅한 감자가 나왔다. 다시 5분 더 돌리고 뒤집고, 또 5분 돌리고. 이렇게 정성을 들일 바에야 그냥 기름 두르고 프라이팬에 볶는 게 빠르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기름이 사방으로 튀지 않는다는 점 하나는 정말 인정한다. 주방 바닥이 미끈거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단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는 가전이다. 하지만 요리할 때마다 바스켓 종이 호일을 깔아야 할지, 그냥 써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다. 종이 호일을 깔면 설거지는 편한데, 공기 순환이 안 돼서 바삭함이 덜한 것 같고. 참, 뭐 하나 딱 떨어지는 게 없다.

굳이 또 사라고 한다면

지금 이 에어프라이어가 고장 나면 또 같은 걸 살까? 잘 모르겠다. 이번엔 스팀 에어프라이어 같은 걸 써볼까 싶기도 한데, 가격이 꽤 나가는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그냥 지금 있는 거나 잘 닦아서 더 써야지 싶다가도, 세척할 때마다 찌든 기름때를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누가 에어프라이어 사겠다고 하면 덥석 추천하기는 좀 어렵다. 요리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븐형이 낫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요리보다는 뒤처리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서 말이다. 오늘 저녁에도 그냥 냉동 핫도그 하나 돌려먹고 끝내야겠다. 그것도 닦기 귀찮으면 결국 다시 프라이팬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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