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럽게 정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
작은 가게를 접기로 마음먹고 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시 주방이었다. 사실 처음 가게를 차릴 때만 해도 ‘우성업소용냉동고’가 주방의 중심이 될 줄 알았는데, 정작 짐을 빼려고 보니 이게 그냥 커다란 쇳덩이처럼 느껴지더라. 지인한테 물어보니 황학동 주방 거리에 가면 업소용 냉장고를 매입해 주는 곳이 많다고 해서 무작정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연히 꽤 높은 가격을 받을 줄 알았다. 새 제품 가격이 얼마였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업자분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연식이 좀 되었고, 냉매가 빠지거나 고무 패킹이 헐거워지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나.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한데, 막상 내 입장에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돌아가던 기계가 고물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무거운 짐을 옮기는 과정의 고충
냉장고 두 대랑 튀김기, 그리고 구석에 처박혀 있던 스텐밧드들을 정리하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다. 주방 설계를 할 때는 작업 효율성만 생각했지, 이렇게 나중에 밖으로 끄집어내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거다. 현관 폭이 좁아서 냉장고 문짝을 다 분해하고 나서야 겨우 밖으로 뺄 수 있었다. 그때 손가락에 난 상처는 아직도 흉터로 남아 있다. 옆에서 도와주던 친구가 이건 뭐 이사보다 더 힘들다고 투덜거렸는데, 나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특히 중고 카페 테이블은 의자랑 세트로 묶어서 처분하려니 무게도 무게거니와 일일이 나사를 조이고 푸는 게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새 제품으로 샀을 때의 그 설렘은 어디 갔는지, 지금은 그저 빨리 이 짐들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랐다.
생각보다 까다로웠던 중고 시장의 현실
업소용 중고 냉장고를 내놓으면서 느낀 건, 이게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 속에 있다는 거였다. 어떤 곳은 사진만 보고 대충 견적을 내주는데, 막상 현장에 오면 ‘이건 연식이 너무 오래돼서 폐기물 처리 비용이 더 나오겠는데요?’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기가 찼다. 분명 전화상으로는 10만 원은 받을 수 있다고 했으면서. 결국 헐값에 넘기고 말았지만, 더 이상 가게에 남아 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그냥 다 수긍하고 말았다. 주방용품 쇼핑몰에서 봤던 그 깔끔한 기기들은 어디로 가고, 지금 내 앞에는 긁히고 찌그러진 스테인리스 덩어리들만 남아 있는지. 뭔가 허탈했다.
주방기기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면
나중에 다시 뭔가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때는 무조건 크기부터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너무 큰 냉동고는 관리하기도 힘들고, 폐업할 때 정말 애물단지가 된다. 요즘은 정부 지원으로 소상공인 스마트 상점 사업 같은 것도 있어서 기기를 교체하는 게 낫다고 하던데, 그때 좀 더 알아보고 서둘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좁은 주방에서 땀 흘리며 음식 만들던 기억보다 냉장고를 트럭에 싣기 위해 씨름하던 그 순간이 더 선명하게 남는 게 참 이상하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리를 다 끝내고 빈 주방을 보고 있자니, 처음 인테리어를 할 때 빌렸던 돈이랑 지금 회수된 금액을 계산해보게 됐다. 물론 다 돌려받을 순 없다는 걸 알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적은 금액이 손에 쥐어졌다. 이게 현실인가 싶기도 하고. 뷔페 기물이나 자잘한 주방 도구들은 그냥 다 쓰레기장에 버려야 했다. 누구는 중고 거래 앱에 올리라고 했지만, 그 일일이 사진 찍고 채팅 응대하는 스트레스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그 냉장고가 어디로 가서 다시 팔리고 있는지, 아니면 고철로 처리됐는지 알 길이 없다. 그냥 내 손을 떠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는다. 그냥 다 비우고 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막상 비어있는 공간을 보니 허전함보다 그냥 좀 더 잘 관리해 볼걸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사실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
냉장고 정리하느라 힘들었던 거 정말 공감해요. 그때의 답답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답글
냉장고 사진만 보고 견적 내는 곳들이 정말 많네요. 현장에서 추가 비용이 붙어서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답글
냉장고 때문에 정말 힘들었겠네요. 오래된 기계는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제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공감합니다.
답글
냉장고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서 공간 제약 때문에 몇 번이나 손목이 아팠는지 몰라요. 지금은 정리했지만, 앞으로는 주방의 치수와 수납공간을 더 꼼꼼하게 고려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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