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식당을 시작해 보겠다고 대구의 주방용품 창고를 뒤지던 날

admin 2026-08-02
식당을 시작해 보겠다고 대구의 주방용품 창고를 뒤지던 날

설렘보다 짐이 많았던 첫 방문

지인과 소소하게 작은 식당이라도 하나 해볼까 하는 이야기가 나온 건 순전히 충동이었다. 사실 식당을 해본 적도 없으니 뭐가 필요한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대구 외곽 어딘가에 큰 창고들이 모여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볕이 강한 오후였는데, 중고 주방용품을 취급하는 곳이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입구부터 거대한 냉장고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쇼케이스 냉장고 몇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데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막상 가보니 새 물건보다는 훨씬 덜컥거리는 느낌이 강했다. 이게 과연 우리 같은 초보자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가 싶어서 입구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과 낡은 세척기

린나이 식기세척기 중고 제품을 하나 눈여겨봤다. 새것은 가격이 꽤 나갈 텐데 중고도 상태에 따라 백만 원 단위가 넘어가니 놀랐다. 겉면의 스테인리스는 세월의 흔적 때문에 얼룩덜룩하고, 내부 배관은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사장님은 ‘이거 아주 튼튼한 놈이다’라고 하셨지만, 글쎄. 내가 보기엔 당장이라도 호스에서 물이 샐 것 같은 불안함이 들었다. 싱크대 중고 제품들도 겹겹이 쌓여 있었는데, 어디에 어떻게 들어갈지 치수를 재지도 않고 가서인지 더 막막했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냥 적당히 새것을 사는 게 나았으려나’ 하는 엉뚱한 고민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주방 집기들의 기묘한 무게감

작은 스팀피처 하나를 집어 들었다. 카페를 운영할 것도 아닌데 왜 스팀피처를 봤는지 모르겠다. 그냥 왠지 식당을 하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격표도 없이 쌓여 있는 집기들 사이에서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대형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고무 패킹이 삭아서 쩍쩍 달라붙는 소리가 났다. 이런 걸 내가 사서 닦고 조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피로가 밀려왔다. 전문 업체를 통하면 훨씬 깔끔하게 세팅해 줄 텐데, 내가 직접 발품을 파는 게 정말 돈을 아끼는 길인지, 아니면 그냥 내 고생값만 키우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도마 하나 고르는 것도 일이라니

주방용품점 구석에는 도마 브랜드별로 분류된 공간이 있었다. 업소용 도마는 가정용보다 훨씬 두껍고 묵직했다. 도마 하나만 해도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서 눈이 커졌다. 그냥 마트에서 싼 거 사서 자주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사장님은 ‘업소는 내구성이 중요하다’고 딱 잘라 말씀하셨다. 맞는 말 같긴 한데, 당장 매출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장비에만 수백만 원을 쏟아붓는 게 과연 효율적인가 싶었다. 컨베이어 벨트나 복잡한 조리 기구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이 장비들을 다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

결국 그날은 대구 주방거리 근처에서 국밥 한 그릇 먹고 돌아왔다. 아무것도 사지 못해서 허탈했지만, 한편으로는 덜컥 계약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고는 싸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상태를 따지고 운반비를 고민하다 보니 새 제품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골치가 아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여전히 식당 오픈이라는 막연한 꿈과 현실적인 비용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아마 조만간 다시 한번 그 창고에 가겠지만, 그때도 내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낡은 냉장고 냄새와 먼지 묻은 싱크대 기억만 더 선명해진 기분이다.

댓글2

  • 푸른창고 2026.08.02

    집기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더 복잡해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냉장고 고무 패킹은 관리가 정말 중요할 텐데, 작은 식당 운영에선 놓치기 쉬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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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고 구경하는 과정에서, 새 제품과 중고 제품의 가격 차이 때문에 고민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특히 작은 규모의 식당을 시작하려는 부담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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