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이사를 가면서 짐을 좀 줄여보려고 마음먹었다. 솔직히 3년 전쯤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새것처럼 번쩍거리던 것들이 이제는 다 짐처럼 느껴지더라. 특히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소파가 제일 문제였다. 3인용 가죽 소파였는데, 처음 살 때는 100만 원 정도 줬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팔려고 보니 상태가 영 애매했다. 한쪽 구석에 고양이가 긁어놓은 자국이 미세하게 있었고, 무엇보다 쿠션감이 처음 같지 않았다. 중고 소파 매입을 하는 업체에 먼저 연락을 해봤는데, 수거비가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접었다. 결국 당근마켓에 올렸다. 가격을 15만 원에 올렸는데, 올리자마자 3명한테서 연락이 왔다. 한 분은 오셔서 자기 차에 실을 수 있겠냐며 한참을 재보시더라. 결국 그분은 그냥 가셨다. 용달을 불러야 할 것 같은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면서. 그렇게 며칠을 더 고생하다가 결국 5만 원으로 가격을 낮춰서야 겨우 가져가시는 분을 찾았다. 기분이 묘했다.
주방 기기 정리가 더 힘들 줄이야
소파는 시작일 뿐이었다. 싱크대 한쪽에 있던 중고 식기세척기도 문제였다. 이건 설치형이라 제가 떼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주방 기기 매입하는 곳을 몇 군데 검색해 봤는데, 연식이 조금 지난 모델이라 그런지 다들 시큰둥했다. 심지어 어떤 곳은 3만 원을 주면 가져가겠다는 곳도 있었다. 내가 샀을 때는 꽤 비싸게 주고 샀는데, 중고 주방기기 매입가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결국 중고 작업대랑 같이 묶어서 헐값에 넘겼다. 작업대는 사실 나름 애착이 가던 물건이었는데,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옮길 엄두가 안 났다. 현관문 앞에서 낑낑거리며 옮기는데, 등에서 땀이 쏟아졌다. 중고 진열장도 두 개나 있었는데, 이건 정말 처치 곤란이었다. 유리가 있어서 깨질까 봐 뽁뽁이를 둘둘 감느라 반나절을 다 썼다.
침대까지 처리하고 나니 허탈하더라
마지막은 침대였다. 매트리스는 중고로 팔기 정말 찝찝해서 그냥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서 내놓기로 했다. 그런데 프레임이 문제였다. 나무로 된 원목 프레임이었는데, 이게 분해를 해야 이동이 가능했다. 육각 렌치를 들고 낑낑거리며 나사를 풀었는데, 나사 하나가 뭉개져서 결국 다 풀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냥 ‘가져가시는 분이 가져가셔서 분해하세요’라고 올렸다. 그런데 의외로 빨리 연락이 왔다. 신혼부부 같아 보이는 분들이 오셔서 가져가셨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참 묘하게 느껴졌다. 내가 쓰던 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고생해서 팔았나 싶기도 했다. 3년 동안 내가 이 물건들에 들인 돈과, 다시 팔 때 받은 돈을 계산해보니 정말 허탈했다. 다 합쳐서 20만 원도 안 남았으니까. 이게 중고 거래의 현실인가 싶기도 하고, 처음부터 그냥 저렴한 걸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이사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거실 구석에 남은 잡동사니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다음에는 정말 필요한 것만 사고, 버릴 때는 깔끔하게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매번 하지만, 아마 다음 이사 때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겠지. 당장 내일은 또 어떤 물건을 당근에 올려야 할지 고민이다. 이사 준비라는 게 짐 정리만으로도 이미 에너지가 다 빠지는 느낌이다.
작업대 옮길 때 정말 힘드셨었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은 공감됩니다.
답글
식기세척기 상태 때문에 판매가 어려워진 거, 정말 안타깝네요. 특히 설치형이라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답글
주방 기기들 팔아서 돈 좀 벌었네요! 특히 식기세척기 매입가가 너무 저렴하더라고요.
답글
식기세척기도 결국 3만원에 팔았네요, 정말 예상 외였어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