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 계란찜기, 사고 나서 든 생각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식단 관리를 좀 해보겠다고 실리콘 계란찜기를 샀던 게 3년 전입니다. 사실 SNS나 블로그를 보면 무슨 요리 마법사라도 된 것처럼 뚝딱 계란찜을 만들어내길래, 저도 그렇게 될 줄 알았죠. 가격은 대략 8,000원에서 15,000원 사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편하긴 한데 만능은 아니다’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가장 큰 기대는 설거지 귀찮음으로부터의 해방이었어요. 냄비에 물 끓이고 뚝배기 눌어붙은 거 닦는 게 너무 싫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실리콘 용기를 써보니, 계란이 찜기 바닥에 생각보다 잘 눌어붙더라고요. 아무리 실리콘 재질이라도 물 양 조절 실패하거나 전자레인지 출력을 너무 세게 잡으면, 나중에 수세미로 빡빡 닦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아, 그냥 냄비에 할걸’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흔히 하는 실수와 예상 밖의 결과
이게 흔히들 하는 실수가 ‘물 양’을 무시하는 겁니다. “전자레인지용이니까 대충 물 붓고 돌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게 사실 2~3분 단위로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한 번은 3분 돌리려다가 5분 돌렸는데, 계란이 폭발해서 전자레인지 내부가 노란 바다로 변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정말 현타가 왔죠. 기대했던 건 촉촉한 푸딩 같은 계란찜이었는데, 현실은 퍽퍽하고 겉은 말라비틀어진 무언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간과하는 점은 실리콘이 열을 머금는 방식이 냄비와 완전히 다르다는 거예요. 냄비는 전체적으로 열을 전달하지만, 전자레인지는 물 분자를 진동시키는 거라 특정 부분만 과하게 익을 수 있습니다. 이게 참 미묘해요. 어떤 날은 완벽하게 나오는데, 어떤 날은 똑같은 조건인데도 계란이 덜 익어서 비린내가 납니다. 매번 똑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사실 좀 답답한 지점이죠.
선택의 기로: 굳이 사야 할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고민할 것 같습니다. 전자레인지 저당밥솥이나 다른 실리콘 조리도구도 다 비슷해요. 확실히 편하긴 해요. 1인 가구라면 냄비 꺼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하지만 ‘살림의 질’이 드라마틱하게 올라가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단순히 설거지 거리를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일반 유리 용기에 랩을 씌우고 구멍을 뚫어 돌리는 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비용 대비 효용을 따져보면 10,000원 정도 투입해서 설거지 시간 5분 아끼는 셈인데, 이게 매일 쓰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두세 번 쓴다면 꽤 괜찮은 거래일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고급스러운 모양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뚝배기만큼의 비주얼은 절대 안 나오거든요. 이 제품은 ‘요리’를 하는 용도라기보다 ‘칼로리를 맞춰 먹어야 하는 귀찮음’을 조금 덜어내는 보조 도구로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이런 사람에겐 추천하고,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유용합니다:
– 바쁜 아침에 5분 내외로 단백질을 챙겨야 하는 분
– 냄비 태워 먹는 게 일상인 자취생
– 설거지를 정말 싫어해서 어떻게든 단계를 줄이고 싶은 분
반대로 이런 분들은 사지 마세요:
– 요리 완성도와 비주얼이 중요한 분
– 이미 집에 괜찮은 유리 밀폐용기가 많은 분
– 전자레인지 특유의 식감을 싫어하시는 분
실제로 사용해 본 결과, 제품의 품질보다는 내가 전자레인지 출력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일단 지금 당장 뭘 사기보다는 집에 있는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용기로 며칠 동안 계란찜을 시도해 보세요.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용기가 마음에 안 든다 싶을 때 그때 구매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도 찜기보다는 그냥 넓은 접시에 계란 풀어서 데우는 방식을 자주 씁니다. 이게 생각보다 설거지가 훨씬 편하거든요.
전자레인지 사용량이 많아서 그런가, 저도 늘 물 양 조절이 어려웠어요. 접시에 데우는 게 더 편하긴 하네요.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전자레인지 사용 시 물 조절이 핵심인 것 같아요.
답글
설거지 시간 단축 때문에 구매한 건 인정인데,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면 결국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네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