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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도마 하나 바꾸는 게 왜 이렇게 거창한 일이 됐는지 모르겠다

admin 2026-07-01
주방 도마 하나 바꾸는 게 왜 이렇게 거창한 일이 됐는지 모르겠다

결국 업소용 도마를 새로 주문했다

며칠 전부터 주방에서 나는 냄새가 영 신경 쓰였다. 정확히는 도마에서 나는 냄새였다. 나무 도마를 몇 년째 썼는데, 이게 관리가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 때문에 포기를 못 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유독 습해서 그런지, 제대로 말린다고 말렸는데도 칼자국 사이사이에 물기가 스며드는 게 눈에 보였다. 뉴스에서는 식중독 환자가 1,200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식약처에서 집단급식소 칼이나 도마 위생 관리를 강화한다는 기사를 보고 있자니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고민 끝에 결국 업소용 위생 도마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무 도마와 플라스틱 도마 사이에서의 갈등

처음엔 느티나무 도마를 하나 더 살까 싶었다. 칼질할 때 손목에 닿는 그 느낌이 좋으니까. 그런데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딱 잘라 말했다. ‘관리에 자신이 없으면 무조건 위생 도마가 답이다’라고. 실제로 식당에서는 칼자국이 생기면 바로 샌딩을 하거나 교체한다고 한다. 10만 원이 넘는 고급 도마를 사서 애지중지 닦고 말리는 게 과연 위생적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내구성이 검증된, 말 그대로 ‘막 써도 되는’ 하얀색 업소용 플라스틱 도마를 찾게 되었다. 벨르썸 같은 브랜드 제품도 보이고, 이름 없는 공장제 도마도 많았다. 가격은 2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로 생각보다 저렴했다.

생각보다 컸던 도마 크기와 주방의 현실

주문한 도마가 도착했는데, 택배 박스를 뜯자마자 당황했다. ‘업소용’이라는 단어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다. 우리 집 좁은 조리대에 올리기엔 크기가 너무 컸다. 대충 60cm는 넘는 걸 시켰더니 식탁을 다 차지한다. 예전에는 좁아도 감성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도마 하나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 된 거다. 칼도마 소독기를 살까도 고민해봤는데, 고창군에서 착한 가격 업소에 지원해준다는 그런 소독기까지는 오버인 것 같고, 그냥 자주 뜨거운 물에 헹구고 말리는 게 낫지 싶어 포기했다. 근데 막상 써보니 칼질할 때마다 도마가 너무 매끄러워서 재료가 미끄러지는 건 좀 불편했다. 나무 도마의 그 쫀득한 손맛은 사라졌다.

세스코 살균 소독제까지 사버린 마음

도마를 바꾸고 나니 괜히 더 예민해졌다. 세스케어 곡물발효 살균소독제라는 게 눈에 띄길래, 에탄올 함량이 75%라는 말에 혹해서 바로 결제했다. 칼이랑 도마를 씻고 나서 이걸 뿌려두면 마음이 좀 편할까 싶어서였다. 예전에는 그냥 주방 세제로 닦고 말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소독제를 뿌리고 다시 물로 헹구는 과정이 추가됐다. 이게 위생을 위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불안함을 지우기 위한 행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매일 10분씩 더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가끔은 좀 귀찮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다

지금은 일단 업소용 도마를 쓰고는 있는데, 며칠 쓰다 보니 벌써 칼자국이 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도마도 오래 쓰면 미세 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서 찜찜하다. 무조건 나무가 나은 건지, 아니면 플라스틱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게 정답인지 아직 모르겠다. 계란도 업소용으로 선별 포장된 걸 쓰라고 법까지 바뀐다는데, 주방 도구 하나 바꾸는 것도 이렇게 복잡한데 식당 하시는 분들은 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건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음에 도마를 바꿀 때는 그냥 좀 더 작은 사이즈로 두 개를 사서 번갈아 가며 써볼까 싶다. 지금 산 커다란 도마는 조만간 좁은 주방의 골칫덩이가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댓글1

  • 업소용 도마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그런가, 칼질할 때마다 도마가 계속 미끄러지네요. 작은 사이즈 도마를 여러 개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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