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학동 주방거리로 무작정 나서게 된 이유
얼마 전 식당을 정리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의자 생각이 났다. 낡고 투박하지만 묘하게 편안한 철제 의자를 찾고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새 제품을 사기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당근마켓을 계속 새로고침하자니 원하는 디자인이 잘 안 나왔다. 문득 생각난 곳이 황학동 주방거리였다. 예전에 지나가다 본 그 수많은 물건들이 생각나서 무작정 주말 아침에 길을 나섰다. 사실 거긴 식당용품 중심이라 일반 가정용 의자를 찾기엔 좀 무리가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이미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생각보다 너무 거대했던 중고업소용 싱크대와 집기들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가게 앞마다 중고업소용 싱크대가 줄지어 있고, 누가 쓰던 건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냉장고와 조리 기구들이 쌓여 있었다. 내가 찾던 세련된 의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족히 20년은 되어 보이는 낡은 중고 식당용품들 사이를 헤매는데 주인분들이 어디서 왔냐며 계속 말을 걸어오셨다. 사실 좀 부담스러웠다. 내 목적은 그저 조용히 의자 몇 개를 훑어보는 거였는데, 이미 여기는 누군가의 생업이 치열하게 돌아가는 현장이었다. 3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며 발바닥에 불이 날 때쯤, 창고 구석에 먼지가 뿌옇게 쌓인 철제 의자 네 개를 발견했다.
예상보다 묵직했던 가격과 운반의 현실
가격을 물어보니 하나당 2만 원 정도라고 하셨다. 새것에 비하면야 당연히 저렴하지만, 막상 먼지를 털어내고 보니 녹슨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그래도 이미 돌아다니느라 지쳐서 더 이상 다른 곳을 볼 기력이 없었다. 흥정할 기운도 없이 바로 현금을 드리고 의자 네 개를 챙겼다. 차를 가져오지 않은 게 최대의 실수였다. 택시를 부르려 해도 이 덩치 큰 의자들을 다 싣기가 애매해서 결국 지하철역까지 낑낑대며 들고 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지만, 이미 내 손은 의자 다리에 긁혀 살짝 까진 상태였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계단을 올랐다.
집에 도착해서 마주한 어설픈 인테리어의 결말
겨우 집에 들여놓고 식탁 옆에 두었다. 막상 자리에 앉으니 흔들거림이 꽤 심했다. 수평을 맞춰보겠다고 휴지를 접어 다리 밑에 끼워 넣었는데, 볼 때마다 그 꼴이 우스웠다. 중고 가구 매입을 하는 곳들처럼 전문적인 손질이 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쓰던 것’을 가져온 셈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인터넷에서 봤던 깔끔한 사진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왜 이렇게 낡은 걸 샀냐고 묻는데, 뭐라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싼값에 좋은 걸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이 문제였을까.
여전히 남아있는 찝찝함과 헐거운 나사들
지금도 거실 한구석에 있는 그 의자들을 보면 복잡한 마음이 든다. 나사를 더 조여야 할 것 같은데 공구가 마땅치 않아서 그냥 쓰고 있다. 다음에는 차라리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새것을 사거나, 아예 튼튼한 중고 사무실 가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저 물건을 사는 행위 자체를 경험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황학동으로 가겠냐고 묻는다면, 글쎄, 한참은 고민할 것 같다. 어제는 그중 의자 하나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 결국 베란다로 치워버렸다. 이게 잘한 일인지, 아니면 애초에 사지 말았어야 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의자에 긁힌 손이 생각나네요. 차를 가져가야 했던 순간을 정말 후회하게 되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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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감합니다. 제가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물건의 무게와 공간이 훨씬 더 커 보여서 당황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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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없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오래된 의자를 들고 지하철까지 가는 길은 상상만 해도 벅찬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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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의자 찾으려 하시는 거 보니, 낡은 물건에 대한 향수를 느껴서 정말 공감되네요. 제 경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묘한 매력에 빠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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